새로 사온 시집을 넘기다가
종잇날에 손가락을 베었다
살짝 스친 것도 상처가 되어
물기가 스밀 때마다 쓰리고 아프다
가끔은
저 종잇날 같이 얇은 생에도
마음 베이는 날
그 하루, 온통 붉은 빗물이 흐른다
종잇날이 스치고 지나간 흔적처럼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모두 상처다
나와의 만남도 상처며
나와의 헤어짐도 상처다
무딘 날에 손 베인 적 있던가
무덤덤함에 마음 다친 적 있던가
얇은 것은 상처를 품는다
스친다는 것은 상처를 심는 거다
박선희 시인의 <스친다는 것>
살면서 머무르는 인연을 찾기란 쉽지 않죠.
직장동료도, 사회에서 만난 지인들도
한때 사랑했던 사람도
시간이 가면 소식이 끊기기도 합니다.
만남도 헤어짐도 상처라는데....
스쳐가는 인연에 대해 생각합니다.
높은 담을 쌓고 마음을 열지 않은 건 내가 아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