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타로 카드 뒷장처럼 겹겹이 펼쳐지는지.
물위에 달리아 꽃잎들 맴도는지.
어쩌자고 벽이 열려 있는데 문에 자꾸 부딪히는지.
사과파이의 뜨거운 시럽이 흐르는지, 내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지.
유리공장에서 한 번도 켜지지 않은 전구들이 부서지는지.
어쩌자고 젖은 빨래는 마르지 않는지.
파란 새 우는지, 널 사랑하는지,
검은 버찌 나무 위의 가을로 날아가는지,
도대체 어쩌자고 내가 시를 쓰는지,
어쩌자고 종이를 태운 재들은 부드러운지
진은영 시인의 <어쩌자고>
무슨 일이 생길 때는
왜라는 이유를 붙여 생각하는게 보통이지만
밤의 아름다움, 꽃잎의 향기, 사랑 같은
아름다운 것들에는 이유를 붙이기가 어렵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은
이유를 모른 채로 남겨두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