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발 시외버스 타고
토요일이면 집에 갔다
한껏 볼륨 높인 뽕짝을 들으며
좌석 등받이 뒤편에
애, 인, 구, 함,
볼펜으로 갈겨 쓴 어설픈 춘정
코웃음 치던 스무 살
그때는 몰랐다
사람은 평생 자신의 등 뒤에
절실하게 구하는 것
써 붙이고 다니게 되리라는 것,
지울 수 없는 구, 함, 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매달고 다니게 되리라는 것,
가끔 남에게 등 돌리면서
앞선 남의 등을 보고 달리는 동안
멈춰 서서 돌아본 적 없는
뻣뻣한 내 등은
무엇이 필요하다는 구, 함, 을
고함처럼 크게 외치고 있었을까
내려꽂히는 햇살 따갑다
최정란 시인의 <애,인,구,함>
사람은 물질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항상 무엇인가를 필요로 하죠.
사랑을 구하고, 돈을 구하고,
위기에 처했을 때는 용기를 구하기도 하고...
우리는 지금 무엇을 구하며 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