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에서 맨 먼저 익혀야할 게 넘어지는 기술이다
자빠지되 물론 상하지 말아야 한다
메칠 생각에 앞서 패배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훈련
거듭해서 내쳐지다보면 바닥과의 화친이 이루어진다
몸의 접점이 많을수록 몸은 안전해지고
나아가 기분 더럽지 않아 안락하기까지 하다
탁탁 손바닥 세마치장단으로 바닥에 드러누우면
그 자체로 폼이 되고 때로는 보는 이도 흐뭇한.
업어치기 한판 예술은 넘어지는 자의 폼으로 완성된다.
머리를 우선 낮추고 몸을 둥글게 말아 구르니
넘어진들 몸과 마음이 상할 리 없다
어깨에 얹힌 힘을, 발목에 달린 힘을, 모가지에 붙은 힘을
죄다 빼고 헐거워져서야 마음도 동그래진다.
그때서야 엉덩이 살은 왜 그리 두껍게 붙어있는지
넘어지고서도 다시 일어서야할 생각은 왜 솟아나는지
누운 자세에서 깨달으며 무릎 세운다.
권순진 시인의 <낙법>
유도에서 제일 먼저 배우는 게 낙법이라고 하죠.
제대로 낙법을 쓰면 경기 중에 다칠 확률도 줄어든다고...
넘어지는 법을 아는 선수가 안전하게 경기를 이어갈 수 있듯
인생도 제대로 넘어져봐야 일어나는 법도 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