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이 생기면 무너지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틈은 안에서
무엇인가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가슴속 된바람 소리로 알게 되었다
틈은 깨어져 벌어진 것이 아니라
그냥 열리는 방이어서
생각도 머물 수 있고
한숨도 부려놓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다 내어주는
숨통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곳에서는
나를 떠나 살던 나와 만나 촛불을 켜고
아직 도라지꽃을 들고 서있는
까까머리 그 아이도 만나고
그래서 틈은
숨이 막혀 생긴 생채기가 아니라
그곳에 사는 것
저마다 꽃이 되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김미희 시인의 <틈>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말처럼
너무 완벽한 사람의 곁에도 사람이 머물 수 없지요.
사람에게도 약간의 틈, 허점이 좀 있어야
그 틈새로 사람이 오가고
숨쉴 수 있는 공기와 바람이 통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