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2 (월) 품
저녁스케치
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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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오동나무 한 그루에
까치가 이십 마리라니

크기는 크지만
반 넘어 썩어가는 나무였다

그 나무도
물기로 출렁거리던 때
제 잎으로만 무성하던 때 있었으리

빈 가지가 있어야지
제 몸에 누구를 앉히는 일
저 아닌 무엇으로도 풍성해지는 일

툭툭 터지는 오동 열매에
까치들 놀라서 날아갔다가
검은 등걸 위로
다시 하나둘 내려앉고 있었다.

나희덕 시인의 <품>


나이가 들면 품이 넓어지지요.
도통 받아들여지지 않던 일들이 받아들여지고
이해할 수 없던 일들도 이젠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두 팔 벌려 안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지요.
나이가 든다는 건, 전에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게 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