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 내려놓고 살지 못하는 말 중에 하루만 더, 라는 말 있지 어릴 적 집에 손님이 오면 하루만 더 자고 가라 매달리곤 했는데 몰래 신발까지 감추며 붙잡다 떠나고 나면 그림자 따라가며 하염없이 훌쩍이기도 했지 살아생전 어머니는 훨씬 더하셨지 짠한 친정붙이는 말더라도 뜨내기 방물장수에 새우젓장수에 체장수 아낙들까지 하룻밤 묵어가라 불러 앉히곤 했으니, 얼마 전 북쪽의 위원장 다가와 하루만 더 있다 가라 우리 대통령 앞에 손 내미는 걸 보았지 슬쩍 동네 아저씨처럼 다가들던 그 얼굴, 아직도 엎어지고 싶은 말 중에 하루만 더, 라는 그 말 있지
고증식 시인의 <하루만 더>
"이제 가면 내년 설에나 올래? 하루만 더 자고 가지"하는
어머니의 말을 들어드리지 못하고
이런저런 사정 말씀드리며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에 스치는 풍경 위로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시던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자꾸만, 눈에 밟히는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