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대기업에 근무하다
40대 초반에 명퇴하고는
고향에 내려와 살고 있는 그,
처자식 모두 서울에 두고
홀로 쇠약한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그의 집을 찾아가 문을 여는데
삐거덕거리는 요란한 소리에
`문에 기름 좀 쳐야겠어요` 하니
`밤늦도록 들어오지 않은 아들 기다리다
그 소리에 들어왔구나 하고 마음 놓으실 텐데
그러면 되겠느냐`고 한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따뜻하게
이어주는 문소리가 넓고 깊은 강물로 흐르는 그 집에서
기름 쳐야겠다는 내 말이
차가운 소음이 되어 되돌아왔다
전향 시인의 <따뜻한 소음>
LP판의 지지직거리는 소음,
놀이터에서 재잘대는 아이들의 소리,
부엌에서 들리는 도마 위 칼질 소리,
달그락달그락 설거지하는 소리,
세상에는 일부러 내버려 두고 싶은 따뜻한 소음들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