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26 (월) 된장국이 끓는 저녁
저녁스케치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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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에 어둠이 스며들고
붉게 물든 감나무 잎들 마당에 쓸린다
아내는 퇴근이 늦고
놀러나간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낮에 담아둔 가을볕 한 그릇 냄비에 붓고
투명한 바람 줄기 썰어 넣어 된장국을 끓인다
내 된장국 솜씨는, 딸애가
학교 백일장에서 아빠의 된장국이라는 글로 상을 탄 적 있는
스무 살 자취시절에 쌓은 만만찮은 내공
담 너머 흘러간 전업시인의 특제 요리 된장국 냄새가
귀로의 코에 스며들어 걸음 더 빠르게 하고
어둠 이슥한 골목길 집들의 등불 더 환하게 할 것이다
하나 둘 창문에 박히는 푸른 별
꽃핀 생각으로 밥상을 장식하면
우리 집 강아지 두 마리 멍멍 뛰어다니는 가을 저녁이
삶에다 온기 섞섞 비벼 대문 앞에 세워놓는다

배한봉 시인의 <된장국이 끓는 저녁>


집에서 가족들 기다리는 마음이
밥 냄새를 타고 멀리까지 전해지길 바라며
가장 자신 있는 요리이자 식구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손수해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유혹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