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무얼 먹고 그렇게 키가 커요?"
풋과일 같은 여자애들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올려다본다
시선은 집중되고 정적이 감돈다
"착한 마음"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아이들 벌떼같이 소리지른다
책상 탕탕 내려치는 놈
자다가 벌떡 깨는 놈
힐끗힐끗 눈 흘기는 놈
머리 싸매고 뒤집어지는 놈
우웩우웩 토악질 흉내내는 놈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놈
교실 안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다
그래, 이놈들아
말도 안 되는 소린 줄
낸들 왜 모르겠냐만
그래도 우기고 싶구나
너희들 앞에서만큼은
착한 척이라도 하고 싶구나
김수열 님의 <거짓말>
‘순수하다, 착하다’ 라는 말을 들으면
칭찬인지 욕인지를 먼저 따져보는
배배 꼬인 어른이 된지 오래이지만
천진한 아이들 앞에서는
그래요. 착한 ‘척’이라도 하고 싶어집니다.
거짓말로라도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