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슴푸레한 이 말,
철들 무렵, 동틀 무렵, 해질 무렵
무렵이란 굳이 무엇으로 완성되었다는
그런 단단한 언어가 아니다
아침 점심 저녁 사이
살짝 요깃거리 같은
하루 잠깐의 쓸쓸한 마음 같은
한 그루 나무가 서 있는 풍경,
그 어딘가의 언저리 같은
해를 바라보며 노을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허기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암시 같은
손을 호호 불며
주전자에 뜨거운 찻물을 끓인다
수증기 속에서
국화꽃잎이 제 형태를 갖출 무렵
계절은 기억의 냄새를 풀고
나는 두 손은 온기를 안고
그분이 오실
그 무렵의 시간을 기다린다
조경숙 시인의 <무렵이라는 말>
아직 저물지 않은 해를
마음은 이미 저만치 마중을 나가버리고
선선함 바람이 언뜻 부는 해질 무렵...
가을을 닮은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이제 해질 무렵을
가을이 올 무렵이라고 부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