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 바람이 지나가고
자동차들이 지나간다. 사람들이 지나가고
하루가 지나간다. 봄, 여름
가을도 지나가고
또 한 해가 지나간다.
꿈 많던 시절이 지나가고
안 돌아올 것들이 줄줄이 지나간다.
물같이, 쏜살처럼, 떼 지어 지나간다.
떠나간다. 나뭇잎들이 나무를 떠나고
물고기들이 물을 떠난다.
사람들이 사람을 떠나고
강물이 강을 떠난다. 미련들이 미련을 떠나고
구름들이 하늘을 떠난다.
너도 기어이 나를 떠나고
못 돌아올 것들이 영영 떠나간다.
허공 깊숙이, 아득히, 죄다 떠나간다.
비우고 지우고 내려놓는다.
나의 이 낮은 감사의 기도는
마침내 환하다.
적막 속에 따뜻한 불꽃으로 타오른다.
이태수 시인의 <지나가고 떠나가고>
시간은 사람을 데리고 왔다 데리고 가고
철마다 계절을 갈아입히며
결국은 무엇도 곁에 머무르게 하지 않지요.
시간은 그렇게 사람에게
비우고 지우고 내려놓는 법을 가르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