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4 (수) 잡스러워도 괜찮아
저녁스케치
201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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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원에 등록했다 인도에서 수련하고 온 선생은 정갈한 수도승 같은 인상이다 옴 샨티 낮고도 맑은 목소리가 좋다 눈을 감고 마음을 바라보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내겐 갖가지 생각이 떠오른다고 하자 차차 잡념을 버리게 될 거라며 웃는다 웃는 미간 사이에서 밝은 빛이 퍼져나가는 듯하다

며칠 후 지하철역에서 선생을 봤다 감색 요가복 대신 가죽점퍼에 청바지, 상투처럼 묶었던 머리칼을 풀어 내리고 있다 무언가에 짜증이 난 표정이다 그저 그렇다 평범하고 너무나 평범한 행인이다 화장이 진해서인지 그 빛나던 밝은 빛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녀가 더 좋아진다

명상 자세로 눈을 감는다 막대기를 내려놓는다 다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기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빨아 먹을 때는 언제나 맛있고 옴 옴 옴
이 순간 훨씬 무성해지는 잡생각이 좋다

김이듬 시인의 <잡스러워도 괜찮아>


뛰어난 재능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하지만,
인간적인 여백은 사람들 가슴속에 기억된다는 말이 있어요.
가슴 속에 기억되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