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이정록 시인의 <의자>

가족은 언제든 앉을 수 있는
편안한 벤치 같은 존재같죠.
허리 아프고, 다리 아파
세상이 의자로 보이는 어머니에게
자식은 세상이 되어주죠.
등을 대고, 머리를 기대면
그 포근함에 아픔도 사라지는 의자,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의자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