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꾸리처럼 풀려버린 퇴근 길
오늘도 졸다가 역을 놓친 아빠는
목동역에서 얼마나 멀리 지나가며
헐거운 하루를 꾸벅꾸벅 박음질하고 있을까
된장찌개 두부가 한껏 부풀었다가
주저앉은 시간
텔레비전은 뉴스로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핸드폰을 걸고 문자를 보내도
매듭 같은 지하철역 어느 난청지역을 통과하고 있는지
연락이 안 된다
하루의 긴장이 빠져나간 자리에
졸음이 한 올 한 올 비집고 들어가 실타래처럼 엉켰나
헝클어진 하루를 북에 감으며 하품을 한다
밤의 적막이 골목에서 귀를 세울 때
내 선잠 속으로
한 땀 한 땀 계단을 감고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
현관문 앞에서 뚝 끊긴다
안 잤나
졸다가 김포공항까지 갔다 왔다
늘어진 아빠의 목소리가
오늘은 유난히 힘이 없다
이해원 시인의 <역을 놓치다>
출퇴근길 버스와 지하철에서 잠든 직장인들이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놓치고
내려야 할 역을 놓치고,
식사 때까지 놓치고 마는 일이 다반사이지만
현관문을 열면 훅- 끼치는 아내의 음식 냄새,
강아지처럼 쪼르르 달려 나오는 아이들,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어서 아버지는 또 힘을 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