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23 (금) 어리석은 인연
저녁스케치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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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것에 연연하지 말아요
한번 금이 간 관계는 온전해지기 어렵답니다
물 고인 뿌리에
거름을 주고 꽃을 피우려 하는 것입니다

호감과 호기심을 착각하지 말아요
잘 익은 열매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모든 사람이 호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이 진실한 마음을 주는 것은 아니랍니다

헛된 것에 미련을 두지 말아요
흘러가는 강물이 거슬러 올 수는 없답니다
둑을 쌓아 가둬둔들 악취만 풍길 뿐입니다

좋은 느낌으로 맺은 만남이었다면
깨어진 인연에 시시비비하지 말아요
그것만큼 볼썽사나운 것은 없답니다

슬픈 인연보다 더 한것은
아슬아슬 줄타기 인연에
허망한 꿈을 꾸는
어리석은 인연입니다.

임숙희 시인의 <어리석은 인연>


인연이란 실타래와 같아서
소중하게 조심조심 다뤄도 엉키기 마련입니다.
더러는 돌이킬 수 없는 매듭이 지어져
잘라내고 새 실을 이어야 할 때도 있지요.
그러니 그냥 자연스레 흐르게 두기로 해요.
만남엔 헤어짐이 뒤따르기 마련이고,
떠났다가도 때가 되면 돌아오는 게 마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