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28 (수) 팔랑귀의 자존감
저녁스케치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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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송아리
별명은 아리송
얘 말 들으면 이게 맞는 것 같고
걔 말 들으면 그게 맞는 것 같고
쟤 말 들으면 저게 맞는 것 같고
이래도 응, 저래도 응
매사에 알쏭달쏭 뜨뜻미지근해
애들은 나더러
줏대 없다고 핀잔을 늘어놓지
이름 따라 운명도 바뀐다던데
그래서 내가 팔랑귀인 건가?
도대체 난 왜 이 모양이지?
안 하던 자학까지 하니
준기가 던지는 말
그런 사람이 공감을 잘해
너 남 얘기 들어 주는 거 취미잖아
변화무쌍한 표정에 추임새 잘 넣고
누가 억울한 일 당하면 네가 먼저 흥분하잖아
그거 수능 국어 복합 지문보다 난도 높아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아
나는 지금부터 행복한 팔랑귀
세상일엔 정답이 없고
내 귀에는 언제 어디서나 활짝 열린 팔랑귀
정연철 시인의 <팔랑귀의 자존감>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그럼 줏대 없다 그러지만,
그 흔들림이 없다면
누군가의 아픔을 알아챌 수 있을까요.
그러니 팔랑귀는 무조건
철없고 속없다 생각 말고
호기심 많고 정이 넘치는 거라고,
아직 순수함을 간직한 거라고,
귀엽게 보아주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