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29 (목) 회복기
저녁스케치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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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이 슈거파우더처럼 내려앉은 이월의
소파에서 그루밍 하다 사르르 잠이 든 고양이
조금 전에 나는 저 소파에 기대앉아
신열에 젖은 속옷을 식히며 남산타워 뒤로 떠오르는 해를 맞았어
열이 내렸을까 겨드랑이를 파고든 고양이가
갸르릉갸르릉 불러주는 골골송을 선잠인 듯 듣다 일어나
고양이 물을 갈아주고 화장실을 치우고 밥을 주고는
수란을 띄운 말간 순두부를 끓여 늦은 아침을 먹는 내내
계란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무심한 척 내 무릎에 앉아 있었는데
조그만 심장이 어찌나 쿵쿵거리던지
설거지를 하고 다시 식탁에 앉아 연한 커피를 마시면서
슈거파우더 뭉치가 된 소파의 고양이를 보고 있어
이제 봄이겠구나
어느 봄 햇살에 나도 녹아들겠구나
봄이 다디단 이유일 거야
정끝별 시인의 <회복기>
추웠다 더웠다, 내리던 비가 눈이 되는
변덕 속에서도 마음 몽글몽글하게 하는
따스한 볕이 있어 참 좋았던 2월.
덕분에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돼
뭔가 다시 해볼 용기가 샘솟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의 끝자락에 선 오늘,
그 용기를 눈부시게 피워 낼
달콤한 봄날의 햇살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