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22 (금) 서른아홉의 나연 씨
저녁스케치
20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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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김밥 하나로 아이의 아침밥을 대신하는 그녀
매일 편의점에 간다.

아이가 심히 아파도 회사에 가야만 하는 그녀
직장에서 끝없는 일로 어깨가 늘 빠져 있다가도
아픈 아이를 둘러업을 때는 제 어깨 아픈 줄도 모르고
병원으로 달린다.

포인세티아 불타는 신혼방에서 우단 같은 꿈 메모해 왔지만
계절 가는 줄도 모르고,
아이 하나 기르기도 허덕거리는 시간들
오늘에 이르러 그녀의 꿈은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는 것이 꿈이 된다.

시간이 곤두박질 칠 때
나연 씨네 세탁기 급히 돌아가야 하고
청소기도 쉼 없이 돌아가야 하고
아이는 그녀의 무릎을 조금도 떠나지 않고

나연 씨는 여전히 서른에 머무르고 싶고
명품 빽 하나쯤은 갖고 싶고
우먼파워는 되어야 하고
커피만은 핸드드립만 하고 싶은 나연 씨,

모든 게 마음뿐인 그녀
이 저녁도 힘차게 편의점에 들어서며
'인생은 다른 곳에 있음에'를 삼킨다.

최도선 시인의 <서른아홉의 나연 씨> 였습니다.


실신하듯 곯아떨어진 밤.
꿈을 꾸는 것도 사치처럼 느껴지죠.
오늘은 힘들고, 내일도 힘들겠지만
엄마의 인생엔 희망이란 게 있어
작은 불씨에 힘찬 부채질을 또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