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기다려줘, 배웅하고 돌아올게
어둠 속에서야 가로질러 간 페이지들이 보인다
대사 한마디 없이 서 있는 행인 1,2,3
앞만 보고 걷는데 자꾸 옆이 보이네요
무대 아래에서 낯선 죽음이 비로소 발견되고
동전만큼 매달려 있는 조명을
슬쩍 객석으로 옮긴다
주인공만 쫓아다니던 조명등이
쥐도 새도 모르게 행인 4를 없애버린다
나에게 주어진 배역은 행인 4
꿈은 기억나지 않을수록 비싸다는데
낮잠을 버리는 방법을 골몰하다가
손바닥을 뒤집는다
스캔들 한번 이끌어내지 못한 행인들
커튼 뒤로 사라지고
송미선 시인의 <무대> 였습니다.
인생을 연극에 비유하면
온 세상은 무대이고
모든 사람은 생을 연기하는 배우들이지요.
지금은 작은 조연, 행인 4일지라도
노력하는 배우는 언젠간 빛을 보는 거처럼
날 비추는 조명이 꺼져도
열정만 꺼지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멋진,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