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와 구절초와 벌개미취가 잘 구별되지 않고
나팔꽃과 매꽃이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은사시나무와 자작나무가 잘 구별되지 않고
미모사와 신경초가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안개와 는개가 잘 구별되지 않고
이슬비와 가랑비가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왜가리와 두루미가 잘 구별되지 않고
개와 늑대가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적당히 사는 것과 대충 사는 것이 잘 구별되지 않고
잡념 없는 사람과 잡음 없는 사람이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
평생을 바라본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왜 그럴까
구별없는 하늘에 물었습니다
구별되지 않는 것은 쓴맛의 깊이를 모른다는 것이지
빗방울 하나가 내 이마에
떨어졌습니다
천양희 시인의 <쓴맛>
한번은 먹어봐야 맛을 알고
한번은 맡아봐야 그 냄새를 알듯이
좋은 이와 나쁜 사람을 구별하는 눈도
한번은 크게 당해봐야 생기나봅니다.
두 번 겪어도 적응되지 않고,
물 한잔으로도 가시지 않는 쓴맛,
인생을 알만한 경험은 지독히도 쓴데
쓴맛엔 도통 무뎌지지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