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생진 시인의 <벌레 먹은 나뭇잎>
나뭇잎이 벌레에게 제 살점 내 준 자리로 바람이 들어옵니다.
하늘이 보이고 건너편 산이 보이고
작은 구멍으로 큰 세상이 드나들죠.
사람도 베풀고 나누면 들고 나는 게 많아집니다.
문지방으로 사람이 드나들고,
부엌으로 음식이 모이고,
대문 밖으로 좋은 평판이 들리고, 소복이 정이 쌓이고
그래요.
나뭇잎도 사람도 나눠가진 흔적이 많을수록 아름답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