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 (화) 손에 대한 예의
저녁스케치
201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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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어머니의 손에 입을 맞출 것
하늘을 나는 새를 향해 손을 흔들 것
일 년에 한번쯤은 흰 눈송이를 두 손에 고이 받들 것

들녘에 어리는 봄의 햇살을 손안에 살며시 쥐어볼 것
손바닥으로 풀잎의 뺨은 절대 때리지 말 것
장미의 목을 꺾지 말고 때로는 장미 가시에 손가락을 찔릴 것

남을 향하거나 나를 향해서도 더 이상 손바닥을 비비지 말 것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지폐를 헤아리지 말고
물은 손등으로 훔치지 말 것

손이 멀리 여행가방을 끌고 갈 때 깊이 감사할 것
더 이상 손바닥에 못 박히지 말고 손에 피 묻히지 말 것
손에 쥔 칼은 항상 바다에 버릴 것

손에 많은 것을 쥐고 있어도 한 손은 비워둘 것
내 손이 먼저 빈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을 자주 잡을 것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책을 쓰다듬고
어둠속에서도 노동의 굳은살이 박인 두 손을 모아 홀로 기도할 것

정호승 시인의 <손에 대한 예의>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고들 하죠.
손은 곧 인생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어머니의 주름진 손이 아름다운 것도
아버지의 투박한 손이 존경스러운 것도
손에서 그분의 평생을 보기 때문이죠.
묵묵히 일해 준 손한테 감사를 표할 때
한 사람의 인생도 값져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