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8 (월) 은근살짝
저녁스케치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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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 프로그램에 지하 선생께서 나와
인생이란 은근살짝 다녀가는 것이라고
'은근살짝'은 '은근슬쩍'의 전라도 말로
모름지기 인생이란 소리 소문 없이 살다가는 것이 최고라고
자기처럼 시끄럽게(표시 나게) 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특유의 밑바닥 철학을 설파하셨는데,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 행 상선을 얻어타고
여러 날째 수심 5000m 인도양 새벽을 건너고 있을 때
누군가 뜨끈한 이마를 쓰다듬는 차가운 손길이 있어
소스라치며 일어났더니
바다보다 더 넓게 퍼진 하늘이 떠 있던 한 떼의 별무리,
은근살짝 내려와 글썽이고 있더라

유용주 시인의 <은근살짝>


은근살짝 오가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밤 되면 나타났다가
해 뜨면 은근살짝 사라지는 별처럼
소리도 없이 푸르러지는 저 바다처럼, 하늘처럼
인생은 그렇게 야단스럽지 않게, 꾸준하게...
그렇게 살다갈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