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하게 된 건 내 뜻의 밖의 일
늦은 저녁거리에 대한 안부거나
바람 깊고 푸르니 비가 올 것 같다는 예감의 말 같은 일
어딘가로 날아가는 까마귀 떼에게 눈길을 주다가
우듬지 끝으로 시선이 슬몃 옮겨 앉는 일
이 길모퉁이에 사는 누구네 집에 가 볼까 생각을 여미는 사이
그쪽에서 나는 들깻잎 냄새
흰 죽이나 한 사발 먹고 싶은
이 작은 것들, 이 아무것도 아닌 저녁답에
어느 날 벼락같이 마음이 흔들린 일
당신을 사랑하게 된 건 정말 뜻의 밖의 일
강영란 시인의 <뜻 밖>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또 빠져들고
영원히 사랑하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랑은 언제나 뜻밖입니다.
느닷없이 다가와 흔들어놓고
평생을 가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사랑...
사랑한다는 고백은 어쩌면
평생 사랑하는 법을 배우겠다는 다짐일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