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9 (수) 옜다, 물 한 바가지
저녁스케치
201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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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뭔가, 지집애 마냥
낯간지럽기도 하고 체질에 맞지도 않아서 뭔가 말랑말랑한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다가 알싸한 술기운에 그것도 효도랍시고

어머니, 제발 덕분 오래오래 들판 지키셔야 되유

어머니라는 보통명사엔 뭔가 복받치는 게 있는가 말하다 보니 울컥해져, 팔십 구십까지 사시란 얘기 에두르느라 핸드폰 쥔 손 비장하게 떨리는 것이었는데

이런, 씨불알 중생을 봤나
염천에 고추 따느라 삭신이 다 녹아내리능구먼 그게 시방 늙은 에미헌티 헐 소리여

마음먹고, 효도(?)의 말 한마디 건네면서 뭔가 다감한 말씀 기대에 부풀었던 것이었는데,
아닌 밤중에 참 뒤통수 얼얼해지는 것이
소주 두 살짜리 술이 확, 깨더먼유

차승호 시인의 <옜다, 물 한 바가지>


에둘러 말해도 알고,
눈치로도 얼추 알아듣는 말도 있지만
사랑표현만큼은 그게 안 되는 거 같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절대 모르구요.
빙빙 돌려 말했다가
이렇게 오해사기도 쉽상인 사랑...

다른 건 몰라도 사랑만큼은
직선적인 화법이 제일인 거 같다 싶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