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동안 비어 있는
긴 의자 하나
오전에 새가 한 마리 모퉁이에 앉아 고개를 갸우뚱대다 간
새가 혼자 앉기에는 너무 큰 긴 의자
종일 햇빛만 앉아 있는
긴 의자
새가 그 맑은 눈으로 곰곰 궁금해했던 것이
이별에 대해서였다는 것을 나는
밤이 다 늦어서야 알고
다시 내다보는
긴 의자
오세요
앉았다 가세요
가끔은 누웠다도 가세요
얼룩진 그늘도 가지고 와서 같이 있다 가세요
오세요
오랜 동안 비어 있는
긴 의자 하나
장석남 시인의 <긴 의자>였습니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의자는
작은 새와도 함께 앉지 못하는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의자가 아니었나 싶으네요.
새로 놓을 의자는
긴 의자로 만들어야겠어요.
사람들 오가는 길목에 두고
떨어진 꽃잎도 잠시 앉았다 가는
길다란 벤치로 만들어둬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