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8 (금) 쓸쓸한 날에
저녁스케치
201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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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대 떠난 뒤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부지런히
세상의 식량을 축내고 더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뻔뻔하게 들키지 않을
거짓말을 꾸미고 어쩌다 술에 취하면
당당하게 허풍떠는 그 허풍만큼
시시껄렁한 내 나날들 가끔씩
그래, 아주 가끔씩은 그대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
여전히 의심이 많아서 안녕하고
잠들어야 겨우 솔직해지는 치사함 바보같이
넝마같이 구질구질한 내 기다림
그대에게 알려 그대의 행복을 치장하고 싶다
철새만 약속을 지키는 어수선한 세월 조금도
슬프지 않게 살면서 한 치의 미안함 없이
아무 여자에게나 헛된 다짐을 늘어 놓지만
힘주어 쓴 글씨가 연필심을 부러뜨리듯 아직도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 모으다 나는 불쑥
헛발을 디디고 부질없이
바람에 기대어 귀를 연다, 어쩌면 그대
보이지 않는 어디 먼데서 가끔씩 내게
안부를 타전(打電)하는 것 같기에

강윤후 시인의 <쓸쓸한 날에> 였습니다.


곁을 떠난 사람에게
이것도 복수라며
“너 없이도 나 잘 살고 있노라”
보란 듯이 알려주고 싶을 때가 있죠.

하지만 나 잘 살질 못했다고
너도 나처럼 옛날을 그리워하고 있었단 대답이 듣고 싶어서
“잘 지내”란 문장 끝에
자꾸만 물음표를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