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12 (화) 저, 저, 하는 사이에
저녁스케치
201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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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커피숍에 들어섰을 때
재킷 뒤에 세탁소 꼬리표가 그대로 달려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왜 아무도 말해주지 못했을까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애써 준비한 말 대신 튀어나온 엉뚱한 말처럼
저 꼬리표 탯줄인지 모른다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상견례하는 자리에서
한쪽 인조 속눈썹이 떨어져나간 것도 모르고
한껏 고요히 앉아 있던 일
각기 지닌 삶이 너무 진지해서
그 일 누구도 말해주지 못했을 것이다
저, 저, 하면서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7년간의 연애를 덮고 한 달 만에 시집간 이모는
그 7년을 어디에 넣어 갔을까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아니라 아니라 못하고 발목이 빠져드는데도
저, 저, 하면서
아무 말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이규리 시인의 <저, 저, 하는 사이에> 였습니다.


삶 앞에서는 누구나 진지해지고
진지해서 놓치는 것, 말 못하는 것들
그럴 때가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