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18 (월) 깊이에 대하여
저녁스케치
201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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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 커피 뽑는 것도 시비꺼리가 될 수 있는지, 종이컵 속 커피 위에 뜬 거품을 걷어내면 "왜 거품을 걷어내느냐?"고 묻는 이가 있다. 나는 "커피의 깊이를 보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마음에 없는 말일 수 있다. 인스턴트 커피에 무슨 근사한 깊이가 있느냐고 물으면, 대단치 않는 깊이에도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해 준다. 모두 얕다. 기실 따뜻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대단찮은 깊이까지 사랑한다 해도, 커피는 어두워 바닥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마실 어둠의 깊이를 얕볼 수 없다. 싸고 만만한 커피지만, 내 손이 받쳐 든 보이지 않는 그 깊이를 은밀하게 캐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걸 누가 쉬이 들여다볼 수 있단 말인가?

이하석 님의 <깊이에 대하여>.


우리가 잘 우려낸 국물을 먹고 진국이라 하고
좋은 성격을 가진 사람을 보고 진국이라고 하죠.
깊이는 몇 미터, 몇 키로 미터 같은
숫자로도 알 수 있지만
사람 사이에는 마음을 데우는 뜨끈함으로도 알 수가 있죠.
싸구려 자판기커피도
충분히 깊이 있는 진국인 셈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