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가벼운 것들 안에서 살기로 한다
시위를 떠난 화살촉이
꼭 과녁 중심에 꽂힐 필요가 있더냐
어차피
빗나가고 엇갈리는 세상사
쉽게 웃고 얼버무리는 것도 좋은 일이다
마음에 너무 꼭 맞는 일은
기쁜 만큼 상처도 쉽게 온다
정조준 하여 쏘아 올린 너의 화살
날마다 중심에만 명중된다면
금방 구멍이 나 버릴
내 얇은 마음껍질
그래 그냥 그렇게 버려 두어라
조금 슬프고 쓸쓸해도
영 못쓰게 구멍이 뚫리는 것보다는 낫다
빗나간 너의 표정에
아슬아슬
네 마음 가장자리에서 미끄러지는 나의 말들
사는 일은
이렇게 어긋나는 활 당기기
꼭 이제서야 깨달은 듯 서글퍼지는 것은
잠시 삶을 오해했던 까닭이다
때로는 쉽게 사는 것도 좋다.
가벼운 것들 안에서
까르르 -
숨넘어가는 저 웃음이
정말 사는 방법이었던 걸
이제야 알았구나
박경숙 시인의 <가벼운 것들 안에서>였습니다.
우편함 속 각종 공과금 고지서,
나날이 올라가는 물가,
떨어질 줄 모르는 집값,
삶을 무겁게 하는 것들...
그러다 문득 창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꺄르르 웃음소리에 피식합니다.
웃음소리 하나에
마음속 체증이 내려가는 거 보면
마음먹기 따라 또 가벼워지는 게, 삶이다 싶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