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 번째 감옥에서 나온 뒤
그러고도 연금당한 날
나는 열 살쯤의 아이로
돈 천 원짜리에 새 한 마리를 그렸다
그것을 다른 돈과 함께 썼다
6년이 지났다
1998년 2월 16일
새 그린 천 원짜리가
나에게 돌아왔다.
경기도 안성에서 썼던 것이
바다 건너
제주도 KAL호텔 앞 술집에서 나에게 돌아왔다.
나-야 네가 웬일이냐
돈-오랜만이다.
고은 시인의 <재회>였습니다.
어차피 돌고 도는 돈은
손에 쥐어졌다가도 금세 나가는 것이라
결국엔 내 것도 네 것도 아니지요.
누구의 것도 아닌 지폐 한 장이
돌고 돌아 내게 왔다면
그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겠죠.
밀어내고, 피해도
돌고 돌아 다시 마주치는 사람 있다면
인연을 넘어 운명인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