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겹을 다 벗겨 내기도 전에
눈물부터 난다
슬픔과는 또 다른 맛이다
생성될 때부터
안으로 안으로만
겹겹이 뭉쳐진 방어기제
아집으로 뭉쳐진 본능을 만난다
한 꺼풀 한 꺼풀 벗겨낼 때마다
손톱 밑이 아리고
눈물 끝에 콧물로 훌쩍인다
끝까지 감추고 싶은
삶의 지문은 무얼까?
알몸으로 드러나는 의식 속에
자꾸만 작아지는 원형
마침내 얇고도
속살로 드러나는
숨길 수 없는 하얀 자아
내가 너에게 스스럼없이 보여 주고자 했던
두 손 모은 순결한 기도가
마침표로 찍혀 있었고
결국은 도마 위에 조각 조각으로
널부러진 회한의 사유 속에
남은 건 아린 눈물뿐이다
이훈식 시인의 <양파 벗기기>였습니다.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은
슬픔의 정도만큼 짠맛이 나지만
양파를 벗길 때처럼
감정 없이 나온 눈물은 싱겁다고 하죠.
짠디 짠 눈물을 흘려본 사람은 압니다.
삶은 눈물 나게 맵다가
익을수록 달달해지는 게
양파와 많이 닮아 있단 사실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