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는다
모든 기다리는 사람은
쉬이 오지 않는다
오고 가는 숱한 사람과
사람들 속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는다
아니다 기다리는 사람은
곁에 있었다
그가 곁에 있을 때
다만 그를 기다리지 않았을 뿐
그가 나를 보고 웃을 때
나는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그나 두 눈을 반짝이며 내게로 올 때
나는 늘 바쁘다고만 말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가
슬픈 눈으로 흰 손을 내밀어
나는 뜻도 모르는
악수를 하고
그는 어둠 속을 떠나갔다
그가 떠난 자리에
하나 바쁘지 않은 바람이 불어와 그가
그리워질 때
그는 내곁에 없엇다
생각해보니 나는 바쁘지 않고
다른 바라볼 곳도 없었다
내가 그를 기다리니
그는 곁에 없었다
기다리는 것은 늘 곁에 없고
곁에 있는 것은 그립지 않았다
나는 꿈꾸는 사랑을 원하면서
갈수록 사랑을 잃어버렸다
그립지 않은 곁에 있는 것들이
그리움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운 것은 오지 않는다
모든 그리운 것들은 쉽게 오지 않는다
그립지 않은 곁에 있는 것들이
내일은 오지 않는다
이광희 시인의 <모든 기다리는 것은 쉬이 오지 않는다> 였습니다.
흔히들 사랑을 빨강이나 분홍으로 칠하지만
사실, 사랑도 투명한 색이 아닐까 싶어요.
사랑도 물과 공기처럼 투명하기 때문에
소중하다는 것을 자주 잊어버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