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아파트 담벼락 쭈-욱 따라가면
한겨울에도 비치파라솔 턱 하니 펼쳐 든
덕이 아지매 간이 채소 가게 있다
푸들푸들한 갖가지 야채에 계란까지
지난한 노숙의 좌판에서도 나름,
제 자리 깔고 앉은 폼이 기세등등하다
콩나물은 구색으로 들여놨지 돈이 되나 어디,
검은 조각보 들춰내고 느릿느릿 천원어치 솎아내며
볼 메이는 덕이 아지매
땅 맛도 보지 말 것, 햇볕도 보지 말 것,
때때로 물만 퍼 먹이면서
가장 응달진 자리에 앉아 세상의 구색이나 맞추라 채근하지만
가슴 뻐근하도록 촘촘히 스크랩을 짜는 콩나물 숲처럼
신 새벽, 언 별빛으로도 골목골목 닦아주는 미화원의 뒷모습처럼
좀 더 파랗고 좀 더 노랗지만
좀 더 크고 좀 더 작은 자리지만
서로가 서로의 구색을 맞춰주는 저 상생의 배려,
박경조 시인의 <구색을 맞춘다는 것> 이었습니다.
초록은 그늘이 질 때 더 짙게 보이지만
빨갛고 노랗게 열린 열매들은
맑은 날 더 탐스럽게 빛을 냅니다.
날씨까지 구색이 맞아야
각각이 아름답게 표현되는 걸 보면
세상은 너무 나서지도 뒤서지도 않으며
자기가 빛날 차례를 기다릴 때
더 아름답게 보이는 거 아닌가.. 싶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