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셋은 서로 코드가 맞지 않는다
그래도 붙어산다
아내는 텔레비전 남자와 사랑하는 재미로
아들은 이유 없는 역마살 재미로
나는 질펀한 글 쓰는 재미로
그래도 붙어산다
붙어산다, 고목나무에 매미처럼
우리 셋은 버럭 화도 내고 호통도 치고
깔깔 웃기도 한다
우리 셋은 코드가 맞지 않아도 밥은 잘 버무려 먹는다
단것과 쓴 것이 잘 버무려져 신 것이 되었을망정
서로 버리지 못한다.
김형출님의 <버무린 가족> 이었습니다.
고르고 골라서 결혼한 배우자도
나와 취향이 딱 맞긴 힘들구요.
내 배로 낳은 자식도
그 속까지 내가 낳은 건 아닌지라
도통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이해 안 될 때도 있지만...
그래서 더 재밌는 거 같아요.
서로 안 어울리는 재료들 몽땅 꺼내 버무린 비빔밥이
단맛, 신맛 딱딱 계산해서 내놓은 코스요리보다
더 맛있는 때가 있는 거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