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3 (목) 봐라, 아이들이 소독차를 따라간다
저녁스케치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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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차가 왔다
눅눅한 여름날 저녁
동네 아이들이 슬리퍼를 끌며 뛰어간다
꽁무니에서 하얀 안개를 뭉텅뭉텅
뿜어내는 흰 차를 쫓아서

마술피리 소리에 혼이 나가
저녁 끼니도 잊은 채
집에서 멀어지는 줄도 모르고
피리부는 사람이 몰고 온 수상쩍은 흰 차는
아이들을 몽땅 다 데리고
마을을 빠져나간다
저녁 밥상에서 아이들의 밥이
식어가고 있다

소독차는 아이들의 어린 영혼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데리고
달아난다

하하하,
아이들이 웃으며 기뻐 날뛰며
따라가는 소독차

조용미 시인의 <봐라, 아이들이 소독차를 따라간다> 였습니다.


소독차에 나오는 연기로 골목이 뿌예지면
늘 보던 골목 어귀가
신비로워 보이는 느낌이 좋아서
만화영화를 보듯
일부러 창문까지 열며
소독차가 지나간 풍경을 구경했었죠.
매캐한 연기 속이어도 마냥 좋았던 그때가
요즘 같은 여름날엔 참 많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