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14 (토) 아주아주 작은 집
저녁스케치
201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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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사는 작고 하찮은 것들을 아시나요
그들이 사는 아주아주 작은 집을 눈여겨 본 적 있나요.

날마다 갯벌 위에 길을 내며 엎어져 있는 갯고둥의 집
소라나 고둥의 빈집에 세 들어 사는 소라게의 집
평생을 갯바위에 붙어사는 따개비, 석화, 홍합의 집
뻘밭에 구멍을 내고 사는 짱뚱어, 갯지렁이의 집……

비록 하찮고 보잘 것 없지만
무심코 발로 밟기만 해도 깨지고 망가져버리겠지만
그들의 집이 있어 변방의 바닷가는 쓸쓸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집이 있어 변방의 바닷가는 살아있습니다

그들에게도 일생이 있고 세계가 있습니다
그들의 집에도 해와 달과 별이 뜨고 집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사는 집은 너무 크지 않나요
우리가 가진 것 또한 너무 많지 않나요

바닷가에 사는 작고 하찮은 것들을 아시나요
그의 이름을 다정한 친구처럼 불러본 적이 있나요

오늘의 시는
김선태 시인의 <아주아주 작은 집>이었습니다.


단칸방 하나에 네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시절 있었지요.
tv는 한 대 뿐이라 아버지가 뉴스를 보시면
온 가족이 뉴스를 봐야하고
밥상 하나로 밥도 먹고 공부도 하던 그때.
아주 아주 작은 집에 가진 물건은 별로 없었지만
집안 온기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던...
참으로 없어도 행복했던 시절, 그때가 문득 그리워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