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도 많지만
바깥에도 많다
현금보다 카드가 더 많은 지갑도 나다
삼년 전 포스터가 들어 있는 가죽 가방도 나다
이사할 때 테이프로 봉해둔 책상 맨 아래 서랍
패스트푸드가 썩고 있는 냉장고 속도 다 나다
바깥에 내가 더 많다
내가 먹는 것은 벌써부터 나였다
내가 믿어온 것도 나였고
내가 결코 믿을 수 없다고 했던 것도 나였다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안데스 소금호수
바이칼 마른 풀로 된 섬
샹그리라를 에돌아 가는 차마고도도 나다
먼 곳에 내가 더 많다
그때 힘이 없어
용서를 빌지 못한 그 사람도 아직 나였다
그때 용기가 없어
고백하지 못한 그 사람도 여전히 나였다
돌에 새기지 못해 잊어버린
그 많은 은혜도 다 나였다
아직도
내가 낯설어하는 내가 더 있다
이문재 시인의 <밖에 더 많다> 였습니다.
밖을 여행하다 보면
평소와 전혀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나란 사람이 낯모르는 이에게 길을 물을 수도,
생소한 잠자리에서 편히 잘 수도 있다니
당황스러울 만치 낯선 일이죠.
결국 내가 알고 있는 나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였을지도 몰라요.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하고 용기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