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 썼습니다
한 뼘 되는 가위
지금까지 많은 종이들을 헤어지게 만들었지요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 자석이 되었습니다
클립이나 작은 못쯤은 거뜬히 들어올리지요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걸까요
지상의 모든 자석들은 알고 있을까요
아무리 끌어당겨 몸에 붙여도
그런 식으로는 누구와도 한몸이 될 수 없는 일을요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문신이 무색하지 않게
녹, 상처 하나 없이 잘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래 가위로 살아가겠지요
때로는 너무나 특별한, 자석인 가위로
믿지 못하시겠다면
지금 당장 서랍을 열어 가위를 꺼내보십시오
압정을 들어올릴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가진 가위가 참 오래 쓴 가위라면
그리고 기억해보세요
어릴 적 배운, 자석을 만드는 세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
쇠붙이 두 개를 한쪽으로만 쉼없이 마찰하기
이희중 시인의 <참 오래 쓴 가위> 였습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아는 것이 많아지고 생각이 깊어지는 것처럼
오래될수록 가치가 깊어지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손에 꼭 익은 물건이
새 물건보다 귀하게 여겨지듯
누군가에게는 골동품일지라도
귀하게 여겨지는 사람으로 남으면 좋겠다... 싶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