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자판기로 살 수 없는 것
저녁스케치
2016.04.18
조회 627
자판기.. 자주 사용하시는 편이신가요?
근처에 마땅한 가게가 없을 때,
음료나 커피 자판기가 있으면 아주 유용하지요.
여러 종류 중에 하나를 고르고
동전 몇 개 만 넣으면
원하는 걸 바로 고를 수 있는 자판기.
특히 ‘자판기의 천국’이라는 일본은요
자판기로 살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합니다.
햄버거, 크레페, 팥빙수를 파는 자판기는 물론,
변덕스런 날씨에 좋은 우산 자판기,
진짜 꽃이 담긴 생화를 파는 자판기도 인기라네요.
그런가 하면
프랑스에는 ‘단편소설 자판기’가 있대요.
왜 누구를 기다리거나 공연 시작 전 같이,
잠깐 시간이 남을 때 있잖아요.
이럴 때 소설 자판기로 가서
기다려야 할 시간을 꾹 눌러주기만 하면
딱 그 시간만큼 읽기에 적당한
단편소설이 입력돼 나온다고 합니다.
자판기에 담겨있는 소설은 무려 600여 편!
무료함도 달래고 독서도 하는
- 일석이조의 효과를 자랑하지요.
최근에는 ‘마음 약방 자판기’도 등장했어요.
꿈을 잃은 '꿈소멸증'부터
출근하기 싫은 '월요병 말기',
미래가 막막한 ‘미래 막막증’,
또 연애가 두려운 ‘급성 연애세포 소멸증’ 같이 -
자판기 안에는
20여 가지 아픈 마음의 증상들이 진열돼 있는데요
그 중 하나를 고르면 적당한 처방전이 나온다고 합니다.
용기를 주는 글귀, 좋은 산책 코스 추천,
피로회복제 같이, 처방전도 다양하다고 하네요.
지금 여러분에게는..
어떤 자판기가 필요한 거 같으세요?
무엇보다 그 어떤 자판기도,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기쁨,
두 손 꼬옥.. 맞잡은 온기,
오랜 세월 함께한 추억들만큼은 줄 수는 없겠지요.
가끔은..
자판기 앞에 서서 숨을 고르듯,
서로 앞에 잠시 멈춰 서 볼 일입니다.
지금.. 이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게 뭘까.
내가 줄 수 있는 건 또 뭘까...
동전 같은 거 없이도,
줄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게 무척이나 많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