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21 (목) 묶음
저녁스케치
201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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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지는 열흘 동안을 묶었다
꼭대기에 앉았다 가는 새의 우는 시간을 묶었다
쪽창으로 들어와 따사로운 빛의 남쪽을 묶었다
골짜기의 귀에 두어마디 소곤거리는 봄비를 묶었다
난과 그 옆에 난 새 촉의 시간을 함께 묶었다
나의 어지러운 꿈결은 누가 묶나
미나리처럼 흐르는 물에 흔들어 씻어 묶을 한단
문태준 시인의 <묶음>이란 글이었습니다.
살다보면요
정말이지 묶어두고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마지막 케익 한 조각을 아껴 먹듯,
조금씩 조금씩 - 아껴두고 싶은 순간들.
할 수만 있다면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두고두고 다시 보고 싶은... 그런 순간들.
봄의 기운 가득한,
4월의 날들도 그런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조금만, 아주 조금만 천천히 가자꾸나..
모퉁이 돌아서는 봄에게.. 당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