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23 (토) 축복
저녁스케치
201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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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에 내 곁에 와 피는
봄꽃만 축복이 아니다.
내게 오는 건 다 축복이었다.
뼈저리게 외롭고 가난하던 어린 날도
내 발을 붙들고 떨어지지 않던
스무 살 무렵의 진흙덩이 같던 절망도
생각해 보니 축복이었다.
그 절망 아니었으면 내 뼈가 튼튼하지 않았으리라.
세상이 내 멱살을 잡고 다리를 걸어
길바닥에 팽개치고 어둔 굴속에 가둔 것도
생각해 보니 영혼의 담금질이었다.
한 시대가 참혹하였거늘
거인 같은 바위 같은 편견과
어리석음과 탐욕의 방파제에 맞서다
목숨을 잃은 이가 헤아릴 수 없거늘
이렇게 작게라도 물결치며 살아있는 게
복 아니고 무었이랴.
육신에 병이 조금 들었다고 어이 불행이라 말하랴.
내게 오는 건 통증조차도 축복이다.
죽음도 통곡도 축복으로 바꾸며 오지 않았는가.
이 봄 어이 매화꽃만 축복이랴.
내게 오는 건 시련도 비명도 다 축복이다.
도종환님의 글이었습니다, <축복>
그래요.
감사함으로 받으면,
우리 삶에 축복 아닌 것들이 없지요.
우리를 담금질하는 시련이,
평범하게 저무는 이 저녁이,
아니
살아 숨쉬는 모든 날들이 - 축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