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25 (월) 조용한 날들
저녁스케치
201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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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사랑방에서
공부와는 담쌓은 지방 국립대생 오빠가
둥당거리던 기타 소리
우리보다 더 가난한 집 아들들이던 오빠 친구들이
엄마에게 받아 들여가던
고봉으로 보리밥 곁들인 푸짐한 라면 상차림

행복이란
지금은 치매로 시립요양원에 계신 이모가
연기 매운 부엌에 서서 꽁치를 구우며
흥얼거리던 창가(唱歌)

평화란
몸이 약해 한 번도 전장에 소집된 적 없는
아버지가 배 깔고 엎드려
여름내 읽던
태평양전쟁 전12권

평화란
80의 어머니와 50의 딸이
손잡고 미는 농협마트의 카트
목욕하기 싫은 8살 난 강아지 녀석이
등을 대고 구르는 여름날의 서늘한 마룻바닥

영원했으면… 하지만
지나가는 조용한 날들
조용한… 날들…


양애경 시인의 <조용날 날들>이라는 시였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
소박한 행복과 잔잔한 평화가 머릿속에 그림처럼 그려집니다.

영원했으면 했지만
오늘을 사는 지방 국립대생 오빠는
기타 대신 취업에 매달려야 하고

우리 집보다 가난한 아들들의 밥상엔
친구 엄마가 주신 고봉밥 대신
편의점 김밥 한줄 올라가 있습니다.

시 속에서 일컬어지던 조용한 날들이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