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28 (목) 김씨
저녁스케치
2016.04.28
조회 433

쌀을 씻어 안치는데 어머니가 안 보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어머니가 계실 것이다
나는, 김씨! 하고 부른다
사람들이 들으면 저런 싸가지 할 것이다
화장실에서 어머니가
어!
하신다
나는 빤히 알면서
뭐해?
하고 묻는다
어머니가
어, 그냥 앉아있어 왜?
하신다
나는
그냥 불러봤어
하고는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인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똥을 누려고
지금 변기 위에 앉아 계시는 어머니는
나이가 여든다섯이다
나는 어머니보다 마흔한 살이 어리다
어려도
어머니와 아들 사인데 사십 년 정도는 친구 아닌가
밥이 끓는다
엄마, 오늘 남대문시장 갈까?
왜?
그냥

엄마가 임마 같다

임희구 시인의 <김씨>라는 시였습니다.



친구 같은 엄마와 아들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세어 나옵니다.

막 대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엄마를 대신해 쌀을 씻어 안치고
불을 붙이는 기특한 아들.

여든다섯 어머니와
마흔 네 살 아들의
사십년 우정에 미소가 번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