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9 (월) 슬픔은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을 할까
저녁스케치
2016.05.09
조회 574
물고기는 물을
흘러가게 하고
구름은 하늘을
흘러가게 하고
꽃은
바람을 흘러가게 한다
하지만
슬픔은
내 몸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걸까?
그 일을 오래 슬퍼하다 보니
물고기는 침을 흘리며
구름으로 흘러가고
햇볕은 살이 부서져
바람에 기대어 떠다니고
꽃은 하늘이
자신을 버리게 내버려 두었다
슬픔이 내 몸에서 하는 일은
슬픔을 지나가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
자신을 지나가기 위해
슬픔은 내 몸을 잠시 빌려 산다
어린 물고기 몇 내 몸을 지나가고
구름과 하늘과 꽃이 몸을 지나갈 때마다
무언가 슬펐던 이유다
슬픔은 내 몸속에서 가장 많이 슬펐다
김경주 시인의 <슬픔은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을 할까> 였습니다.
내 안에 평생 머물러 있는 건 흔치 않아요.
영원할 것 같았던 슬픔도
돌아서서 보면
그 순간만 버티면 되는 것이었지요.
슬픔이 나를 찾아왔을 땐
실컷 슬퍼하도록 내버려두세요.
꽃이 진 자리에서 새로운 꽃이 피듯
슬픔이 지나간 자리엔 웃음이 피어날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