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31 (목) 흉터
저녁스케치
20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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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몹시 아프다
마음 아픈 것 보다는 과분하지만
겨드랑이 체온계가 초콜릿처럼 녹아 내리고
온 몸 혀처럼 붉어져
가는 봄비 따라 눈빛 자꾸 멀어진다 지금은
아침인가 저녁인가 나 죽은 것인가 산 것인가
빈 옷처럼 겨우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본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온갖 꽃들이 다 제 몸을 뚫고 나와 눈부시다
나무들은 그렇게 제 흉터로 꽃을
내지 제 이름을 만들지
내 안의 무엇 꽃이 되고파 온 몸을 가득
이렇게 못질 해대는가
쏟아지는 빗속에선
초록 잎들이며 단층집 붉은 지붕들이며
비 맞을수록 한층 눈부신 그들에
불쑥 눈물이 솟는다 나 아직 멀었다
아직 멀었다
김경미님의 <흉터>라는 글이었습니다.
아프게 뒤척이며 오는 봄은
꽃을 흉터로 남기고,
꽃이 남긴 흉터는 열매가 되어 여름을 풍성하게 합니다.
잊지 마세요.
생의 꽃 피는 시절은,
가장 아픈 자리, 흉터에서 시작된다는 걸..
모진 아픔 딛고 선 흉터가, 곧, 우리 삶의 훈장이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