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벚나무는 건달 같이
저녁스케치
2016.04.04
조회 624


봄을 상징하는 단어 중에
“유혹”이란 말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러게요. 봄은 참... 유혹적이죠.
담장 너머 개나리 노란 웃음 터뜨리고
신열을 앓듯 진달래 피고
몽글몽글 벚꽃 몽우리가 맺히는,
꽃 피는 4월이면 더욱 더 - 말이죠.

봄의 매력을 노래한 시인들도 많습니다.
정해종 시인은 말합니다.
“4월이면 바람나고 싶다.
바람이 나도 단단히 나서
마침내 바람이 되고 싶다.
살아 있는 것들 모두 살아 있으니
말을 걸어 달라고 종알대고
일렁이고 싶다“.

이재무 시인은요
아예 봄을, “저 못된 것들”이라고 말합니다.
“저 환장하게 빛나는 햇살 나를 꼬드기네.
어깨에 둘러맨 가방 그만 내려놓고
오는 차 아무 거나 잡아타라네.
저 못된 것들 좀 보소.
흐르는 냇물 시켜
가지 밖으로 얼굴 내민 연초록 시켜
기어이 지갑 속 명함을 버리라네.“
“저 못된 것들..”이라는
시인의 타박 아닌 타박에 숨은 의미,
그만큼 봄이 매력적이라는 역설이겠지요.

그런가 하면 정소진 시인은
봄비를 ‘연애 선수’라고 말합니다.
“너를 능가할 연애 선수 아마 없지 싶다.
요란하게도 아니고 강하게도 아니고
낮은 목소리로 불러내는 맑은 환희.
굳은 마음 푸는 일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네가 일으켜 세우는 저, 저 상큼한 연애세포들 -“
안도현 시인은요,
벚나무를 ‘건달’에 비유하지요.
“어느 여자 가슴에 또 못을 박으려고”,
저리 정신 못 차리게 하는냐구....
그래요.
화르르.. 지는 벚꽃,
그 황홀한 그늘 아래 서 있어 보면...
알 것도 같지요.

다른 건 몰라두요
우리 봄의 유혹에만큼은,
기꺼이 넘어가 보면.. 어떨까요?
봄바람 따라 훌쩍 떠나도 보고
시들시들해진 연애세포도 좀 살려보구요. ^^
지금은 4월,
황홀한 봄날의 한 가운데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