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1 (월) 공부
저녁스케치
2016.04.12
조회 373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고 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 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꿇은 착한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하겠지요만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날이 저무는 일
비 오시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김사인 시인의 <공부>라는 글이었습니다.
성공도 실패도,
“다 공부지요”..라고 말하면 한결 위안이 됩니다.
“다 공부지요”..라고 말하면
사랑이 떠난 공터에도,
한 줄기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지요.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삶도 죽음도,
그래요. 정말 다.. 공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