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9 (수) 그림
저녁스케치
2016.03.09
조회 414
옛사람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을 때가 있다
배낭을 메고 시적시적
들어가고 싶을 때가 있다
주막집도 들어가 보고
색시들 수놓는 골방문도 열어보고
대장간에서 풀무질도 해보고
그러다가 아예 나오는 길을
잃어버리면 어떨까
옛사람의 그림 속에
갇혀버리면 어떨까
문득 깨달을 때가 있다
내가 오늘의 그림 속에
갇혀있다는 것을
나가는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두드려도 발버둥 쳐도
문도 길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오늘의 그림에서
빠져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배낭을 메고 밤차에 앉아
지구 밖으로 훌쩍
떨어져 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신경림 시인의 <그림>이란 글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일도,
안온한 일상도,
익숙해지면 타성이 생기고,
타성이 생긴 삶은 고인 물처럼 썩어가기 마련이지요.
가끔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볼 일입니다.
낯선 곳이든,
책 속이든,
낯선 사람들 속이든 과감히, 새로운 곳으로 -